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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티아리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특별한 기억

Iran Nomad Tours유목민박티아리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특별한 기억

박티아리 유목민을 알게된 지 벌써 2년이다. 박티아리족은 이란 서부의 자그로스 산맥에서 ‘이동 방목(transhumance)’을 하며 사는 토착 부족이며, 이런 생활 방식을 지금까지도 지키는 유목민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부족이다. 그러나 몽골의 유목민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박티아리 가족의 결혼식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티아리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서 지난 번 여행에서 초대받았을 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박티아리 마을로 가는 길

해는 짧아지고 나뭇잎이 황금색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가을 아침, 우리는 장엄한 자그로스 산맥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영감으로 가득하고, 곳곳에서 매력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Mystic Sunset at Mt. Zagros
신비로운 자그로스의 석양

사람의 발길이 드문 산속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자그로스 산에 들어서니, 이 세상에는 결혼식에 참석하러 먼길을 나선 우리 세 사람뿐인 것 같았다. 내내 맑은 연록색의 박티아리 강이 길을 안내했다. 그길에서 만난 석양의 신비로운 색조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늘과 강물 위로 펼쳐진 노을과 산속의 고요함, 멀리 산꼭대기를 덮은 안개, 웅장한 산세와 그 속에서 느꼈던 즐거운 고독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On my way to the wedding party
결혼식을 보러 가는 길

광활한 목초지와 거대한 산맥을 거쳐 빠르게 굽이치며 흐르는 강을 따라 가는 길 곳곳에는, 시원하고 맛있는 물이 나오는 샘이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을 지날 때는 낭랑한 새소리가 들렸다.
여정의 첫 밤은 작은 마을의 아늑한 집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자그로스 산맥을 넘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house of irannian bakhtiari-nomads
아늑한 마을의 집

곳곳에서 양떼를 몰고 가는 박티아리 양치기와 마주쳤다. 유목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그곳에서 자라는 식생에 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병을 치료하는 약초에 관한 지식도 풍부하다. 결혼식을 보러 가는 길에 신부의 삼촌도 동행했는데, 매번 길에서 보이는 약초를 뜯어 입에 넣고 씹어 먹었다.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자그로스 산맥의 이쪽 지역에는 그림처럼 펼쳐진 석류, 산딸기, 떡갈나무 숲이 있다. 잠시 쉬면서 아직은 신 맛이 나는 석류를 따먹었다. 지금 가는 이 길은 수천년 동안 박티아리 유목민이 이동해온 경로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란의 가장 아름다운 산악 지역에서 오랜 세월 유목 생활을 이어온 사람들이 만든 길이다.

강을 건너야 할 위치에, 탈로저드 마을과 바크 마을 사람들이 만든 이동식 다리가 있었다. 돌, 나무, 철사로 만든 단순한 다리 덕분에, 길을 돌아 수백 미터의 산을 오르지 않고도 쉽게 강을 건넜다.

탈로저드 마을 도착, 신부 가족과의 만남

마을이 보이는 산꼭대기에 오르니, 계곡 아래 떡갈나무 숲 너머로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마을 사람들도 멀리서 우리를 보고 하늘에 대고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멀리서 오는 손님을 환대하는 의미로 총을 쏘는 것이 박티아리 사람들의 풍습이다. 이곳은 신부의 가족들만 사는 작은 마을이다.
온 가족이 두 팔 벌려 우리를 환영했다. 결혼식에 참석하러 여기까지 온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초대를 받아들이고 꼭 오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먼 길을 걸어 정말 올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와줘서 고마워요. 믿을 수가 없어요. 제 결혼식을 보려고 정말 그 산을 다 넘어서 험한 길을 오신 건가요??” 신부인 아쉬라프의 말이다. 🙂
장작불을 지펴 신선한 차를 끓여내 온다. 여자들은 화려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눈다.

다시, 총소리가 울린다. 신랑의 가족이 반대편 산에서 도착할 시간이다. 이때가 결혼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 페즈 마을에 사는 신랑의 친척들은 신부의 집에 가까워지자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 시작했다.

결혼식

  • 로리 댄스(테쉬말)

결혼식은 정오 무렵에 시작됐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차와 과자를 대접한다. 젊은 남자와 여자가 마당에 모여 새끼 손가락을 걸고 로리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음악에 맞춰 세 박자 동작으로 발을 움직인다. 춤추는 표정이 강인하고 엄격해보인다. 유목민들은 항상 거친 환경에 맞선 강인함과 서로를 보살피는 친절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나도 신부와 신랑의 어머니와 함께 춤을 춰봤지만 발과 손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

Lori Dance in a Bakhtiari Wedding
박티아리 결혼식의 로리 댄스

이 마을에는 모두가 ‘트럼프’라고 부르는 소년이 있다. 왜일까? 아이의 머리카락이 금발이어서 그렇단다. 박티아리 유목민의 머리카락과 눈 색깔은 보통 짙은 갈색이다.

Bakhtiari Trump
박티아리 트럼프
  • 추브 바지

유목민들은 축제가 열릴 때 추브 바지(= 나무 막대기 놀이)라고 하는 특별한 놀이를 즐기곤 한다. 근방의 모든 남자들이 모이고, 그 중 두 사람이 나무 막대기를 들고 중앙에 선다. 한 사람이 공격하면 다른 사람이 방어하는 놀이이며 상대편의 다리를 살짝 치게 되어 있다. 추브 바지가 진행되는 동안, 로리 지역의 서사가를 부르며 응원한다.

Choob Bazi
추브 바지
  • 티리 빵 만들기

박티아리 여자들이 축제에 쓸 빵을 만든다. 두 개의 큰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빚은 후 모양을 만들어 굽는 것이다. 점심과 저녁 식사까지 낼 빵이 필요하므로, 두 세명의 여자가 돌아가며 빵을 계속 구워낸다.

Making Tiri Bread; Nomads' Typical Bread
유목민이 즐겨 먹는 티리 빵 만들기
  • 로리 전통 노래 부르기

여자들은 로리 댄스를 추거나 로리 노래를 부른다.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사람들이 후렴구를 되풀이하며 운율을 맞춘다. 결혼식에서 부르는 특별한 노래는 ‘아헤이 골레이’다. ‘골’은 꽃을 뜻하며 대부분의 로리 노래에서 이 단어가 사용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신부와 신랑, 그들의 가족에 관한 것이다. 각 부족마다 이 노래를 암기하는 몇몇 여자들이 있다. 이번에는 보조르그라는 여자가 그 역할을 맡았다.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전부 기억하여 불렀다. 신부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신부와 신랑을 축복하는 행복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Nomad Women Singing Traditional Lori songs
유목민이 부르는 로리 전통 노래
  • 양떼 돌보기, 마쉬크 채우기

양떼는 유목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에도 가축을 돌보는 일은 빼놓을 수 없다. 이른 아침에 양과 산양을 인근의 목초지로 몰고가서 저녁이 되면 우리로 돌아간다. 소녀들은 어린 양이 엄마 양을 잘 찾아가도록 돕는다.

Taking care of the animals even in the wedding
결혼식이 열리는 날에도 양떼를 돌본다

샘에서 솟는 신선한 물은 언제나 필요하다. 결혼식 손님들을 위해 마쉬크(=산양의 털로 만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다.

Nomad Girls Bringing Mashks
마쉬크를 나르는 유목민 소녀
  • 결혼식 음식

결혼식을 위해 산양이나 양을 잡는다. 대부분 남자들이 여자들의 감독 하에 산양 요리를 준비한다. 각자 맡은 일이 있으며, 신부와 신랑의 가족과 친척들이 해야 할 일을 나눠서 돕는다.

The Groom's Mother is Supervising her Brother-in-Law Making Lunch
신랑의 어머니가 신랑의 삼촌이 점심 준비하는 걸 감독하고 있다
  • 쉬르바하 정하기

신부의 가족들이 신혼부부에게 지참금을 주고, 신랑은 신부 가족에게 결혼 비용을 건넨다. 액수는 연장자가 결정한다. 밤이 오면 저녁 식사를 한 후, 가족의 연장자들이 방에 모여 ‘쉬르바하’를 의논하고 젊은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쉬르바하가 마무리되면, 종이에 결정된 내용을 적고 손님 중 몇 사람이 결혼식의 증인으로 서명한다.

Men singind the marriage document
결혼 증명서에 서명하는 모습
  • 헤나반단

결혼식에는 헤나반단이라는 절차가 있다. 모든 여자들이 방에 모이고, 신랑도 함께 한다. 오래된 난로 위에 헤나 그릇을 올려놓는다. 신부와 신랑의 손바닥에 헤나를 약간 놓고, 서로 손을 잡아 결합의 증표로 삼는다. 다른 사람들도 상서로운 징조로 여기는 헤나를 조금 가져간다.

Henabandan
헤나반단
  • 혼인 신고

도시와 달리, 박티아리 마을에서는 식을 먼저 올린 후 공식적인 등록이 이루어진다. 결혼식이 마무리되면 혼인 신고를 하는 것이다. 이때 남자 성직자가 있어야 하는데, 머나먼 자그로스 산 속까지 직접 올 수 없으므로, 전화로 진행한다. 성직자는 전화 통화를 통해 ‘아쉬라프와 호세인이 아내와 남편이 되었음을 선언’할 것이다.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높이 올라가면 통화가 될지 모른다. 지붕으로 올라가 다시 시도해본다. 마침내 성직자가 전화를 받았다. 하늘과 웅장한 자그로스 산이 더 가까운 곳에서 혼인 신고가 마무리된 순간이다.

  • 신부 아버지의 당부

혼인 신고가 끝나면 아버지나 아버지 역할을 하는 가족이 신부에게 새로운 삶에 도움이 될 조언을 건넨다. 이때가 되면 신부의 가족들은 새로운 감정에 휩싸인다. 행복하면서도 슬프다. 새 삶을 살게 될 신부를 생각하면 기쁘지만, 더는 함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신부에게 말하는 동안, 아쉬라프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새로운 곳에서 친정 어머니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둘째 여동생을 그리워할 거라는 걸 안다. 유목민의 관습에 따라 아버지가 아쉬라프의 스카프에 약간의 돈을 넣는다. 이제 가족들이 방에서 나와 장작불 주위를 둘러싼다. 결혼식의 한 절차로, 이제 신부를 신랑에게 보낼 시간이다.

Bride's father figure attaching the money. The Bride & her mom are sad because they are going to say goodbye
신부의 아버지가 돈을 준다. 신부와 어머니가 작별 인사를 나누며 슬퍼한다.
  • 새로운 마을 페즈에서 펼쳐질 새로운 삶

축제는 마무리되었다. 사람들이 나귀에 짐을 싣는다. 신부의 옷은 전날 이미 싸두었다. 걸어서 산을 오를 수 없는 아이들도 나귀에 올라탄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섯 시간 가량 걸어서 신랑의 마을로 향한다. 보조르그가 ‘아헤이 골리’ 를 부르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흥을 돋운다.

테헤란으로 돌아오는 길

정오 무렵 따뜻하게 맞아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이제 테헤란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오는 길에 들른 다스트저드 마을에서 자그로스의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즐겼다. 장엄한 산과 강물, 외딴 산 위에 서있던 피르하디 성지, 그곳에서 사는 유목민들을 보며 느꼈던 경이로운 감정이 지금도 강렬하게 떠오른다. 다시 그곳에 갈 때까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순간들이다…

rocky cliff in zagros range
연록색을 띠고 맑게 흐르는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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